사랑의 집에서 살기 이자희 793 2009-09-21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랑의 표지는 열린 심장이다. 예수님은 당신의 심장을 열어 사랑을 동경하는 우리 모두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신다. 그분은 우리를 위한 사랑으로 자신을 다치게 하신다. 그리고 그 상처 입은 심장에서 그분의 사랑의 피가 흘러나온다. 그분의 사랑은 고여서 멈추지 않고 우리를 위해 흐른다. 그분의 사랑은 우리가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을  마련하여 개방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그분은 당신 사랑을 우리가 그 안에 머물러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집으로 이해하신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랑에 대한 고유한 표상이다. 사랑은 사람이 그 안에 머물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한 전제 조건을 설정하신다. "너희가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흘러가게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랑은 고이고 막혀서 그렇게 좋던 그 사랑의 공간이 부서져 버리고 만다. 예수님의 사랑은 자꾸 소유하려고만 드는 우리의 사랑처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그 사랑은 순수하게 주는 사랑이다.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자신을 건네주고 자유롭게 놓아 주는, 그래서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하는 한없는 흘러넘치는 사랑을 그리워한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 앞에서  우리가 참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지 못했음을 느낀다. 우리의 사랑은 나만을 위한 다른 사람을 소유하려는 욕구와 섞여 있다. 그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꼭 붙들어 두려는 욕구가 그를 숨 막히게 해, 그의 성장에 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우리 마음대로 하려 들고, 우리 마음에 드는 틀에 강제로 집어넣고자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세상 어떤 여자에게도 만족하지 못하고 상아로 된 다리를 가진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즉, 배우자가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만의 피조물로 머물러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하지만 십자가의 자세는 반대이다. 이 자세는 우리를 자유롭게 두고서 두 팔로 감싸 안기 위해 초대하지만 다시 놓아 준다. 그래서 우리가 자유롭게 우리의 길을 걸어가게 한다. 내가 십자가 아래서 기도하다가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사랑을 쳐다보자 깊은 평화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그러면서 내가 그처럼 참된 사랑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인간적인 사랑은 언제나 이중적이며 쉽게 분열될 수 있다. 인간적인 사랑은 사람을 경탄하게도 하지만 깊은 슬픔으로 가슴을 찢어 놓기도 한다. 그 사랑은 모든 것을 다 해줄 듯 마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지배하고 나아가 소유하기까지 하기도 한다. 그 사랑은 감동도 하고 미워도 한다. 그 사랑은 치유하기도 하고 금방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세상에는 이토록 불완전한 사랑이 엄청나게 많다. 나는 사랑하면서 행복도 체험했지만, 실망과 상처와 참으로 사랑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자주 뼈져리게 체험했다. 나는 조건 없는 사랑을 고통스럽게 갈망하기도 했고, 깊이 신뢰하며 나를 완전히 맡길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무척 그리워하기도 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나는 조건 없는 사랑을 체험했다. 나는 그 사랑에서 내가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인정받음을 느낀다. 내 안에는그런 그리스도의 사랑에 닿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랑을 나 자신의 구체적 상황을 이해한다고 생각할 때만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 안셀름 그륀 '사랑 안에서 나를 찾다' 내용 중에서 -         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