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스런 저녁식사 사랑의딸 534 2011-08-25     지난 금요일에는 일로일로라는 곳(마닐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에 계시는 신부님을 만나고  거의 열두 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신부님께서 저희 수도회 참사의원이라 한 달에 한번 회의 참석차 마닐라에 오시는데 급식문제로 의논할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7시에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하기로 했는데 회의가 길어지고 길어져서 결국 10시가 다 돼서 끝났습니다. 무려 3시간을 기다린 거죠  (거의 뚜껑 열릴 뻔했습니다^^) 보통 약속 같으면 시간도 늦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지만 급식에 대해 의논도 해야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 달에 한번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대신 기다리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약간 고급 식당으로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고 하더군요. 제가 잘 먹는 편이 긴하지만  저녁은 거의 안 먹거나 조금 먹는 스타일이라서  많이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닌데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계산할 때 보니 1,000 페소가 약간 넘게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25,000 정도. 한국에서도 둘이 그 정도면 아주 싼 가격이 아니니 여기서는 나름 꽤 비싼 저녁식사를 한 셈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열 한 시쯤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프니(한국으로 치면 마을 버스)로 갈아 탔는데 낮 익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저희 급식소 근처에 사시는 아저씨인데 제가 이발도 몇 번 해드린 적이 있어 잘 아는 사이입니다. 서로 떨어져 앉아서 지프니 안에서는 못 봤었는데 내릴 때 보니 쌀이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있더군요. 한 2키로 정도 되지 싶었습니다. (급식소와 사제관이 좀 거리가 있어서 그분이 먼저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봉지를 하나 더 들고 있었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일 먹을 반찬거인 것 같았습니다.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오늘 하루 종일 일한 “일당”으로 산 것이 분명합니다. 이 늦은 시간까지 일한 대가가 겨우 “내일 하루 가족들의 끼니 정도” 밖에 안되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조금 전에 둘이서 먹은  “1,000페소 짜리 저녁 식사”가 너무나 죄스러웠습니다. * 글 - 양상윤 마리빈첸시오 신부 (전교회)  * 퍼온 곳 - 빠야따스 산위에 다음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