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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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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S.H. (교수)
저의 집은 아내, 대학생인 맏딸과 아들, 중학생인 막내딸, 이렇게 다섯입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간밤에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 맏딸을 새벽 한 시 반까지
기다리다가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좀 늦게 일어나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딸 아이는 간밤에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 아래층 부엌에 내려와 있었습니다.
평소에 자녀들에게 늦어도 밤 11시까지는 집에 들어와야 한다고 다짐해 놓았던 터라
이것을 상기시키면서 딸 아이에게 늦게 귀가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딸의 태도는 불손할 정도였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몇 마디
간단한 말로 단호하게 딸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어느 새 사라지고, 아빠로서의 권위만 생각한 나머지 심하게 딸을 나무랐습니다.
그 순간 딸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랑으로 딸과 대화를 하는 대신 이런 식으로 하려면 당장 나가서
네 맘대로 하라는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결국, 부녀 사이에 일치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 날 따라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하느님께 기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 저의 불 같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빛과 따스함을 주는 것이라는데,
저에게 온유함과 절제와 지혜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능력을 주십시오. ..
.이제 이 일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기도드린지 한 시간이 흘러갔을 때에
아내가 딸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 보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집과 학교, 그리고 성당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훌륭한 남편이고 좋은 아빠라고 착각한 가운데 자기도취 속에 젖어서
생활해 왔음을 알았습니다.
딸 아이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울면서 딸 아이는 평소에 제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다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딸 아이의 말을 끝까지 그리고 한참 동안 듣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의 말은 저를 매우 놀라게 하였습니다.
제가 맏딸인 그 아이에게 대하는 것이 막내 딸과 아들에게 대하는 것과 다르며
아빠한테 혼난 기억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빠를 용서하지 못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고해성사를 볼 수 없어
미사참례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저를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딸아이의 모든 말은 저에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든 게 제 잘못으로 느껴졌고 마음이 아팠던 것은 딸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순간 딸아이 안에서 ‘버림받으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지만 울먹이며 아이에게 “미안해…”라고 밖에는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 하는 딸아이에게
“아빠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라고 했습니다. 제게 있어
그 말은 진정 '버림받으신 예수님'께 용서를 청하는 통회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딸과의 일을 통해 ‘버림받으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저와 큰 딸 아이는
서로 밝은 표정으로 대화도 자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딸 아이도 전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집에 일찍 들어와서
집안 일도 도와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을 무시하고 지내온 지난 생활이
주마등처럼 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름대로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기 위하여
교회에서 하는 온갖 종류의 교육과 피정을 받아왔지만
진정 형제들과의 일치를 이루기 위한 삶이 부족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일치의 생활은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활로 구체화되어야 함을 깨달으며
제 영혼 안에 커다란 기쁨과 사랑의 작은 불꽃이 새롭게 피어남을 보았습니다.
-포콜라레 홈피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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