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집을 비운 날 사랑의딸 549 2012-04-22 어머니가 집을 비운 날   1996년 가을, 상병이던 나는 부대 울타리 작업을 충실히 해 외박을 받았다.  집에 들렀다 친구들과 놀 계획을 세운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들떴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외가에 가서 안 계시고,  아버지가 나와 “웬일이냐?”하고 물으셨다. 집에 간다고 전화를 안드린 결과였다.  어머니의 맛있는 음식은 포기하고, 밤에 있을 음주가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짧은 머리를 매만지고, 죽마고우들에게 연락해야 하니 적잖이 바빴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갈껴? 나갈꺼믄 저녁 먹구 가아!” “아뉴. 됐슈. 가야유!”   그땐 왜 그리 친구가 좋았는지 모르겠다. 새벽에 들어온  나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다. 서둘러 씻고 군복으로 갈아입는데 양말이 안 보였다.  “아부지 양말 봤슈?”   “양말? 밖에 봐봐!”   나가보니 빨랫줄에 국방색 양말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가 손수 양말을 빠신 것이었다.  평상시 자식일에 무관심한 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양말을 신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부엌에 밥 해놨스니께 먹구 가! 난 먹었구.”  “아유, 늦었슈. 가  유!” 대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막내이면서도  아버지를 살갑게 대하지 못한게 죄송했다.  어머니가 안 계신 동안 알았다. 아버지의 사랑도 어머니 못지않다는 것을…….    - 구현정 님｜층남 아산시 '좋은생각사람들 홈피'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