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의 굴레 - 갈수록 커지는 욕심
사랑의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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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6
  
 김정식 로제리오 음악가 

돌이켜 보면 이런 물욕 때문에 얼마나 자주 집착의 굴레에서 허우적대느라 기운을 탕진했으며, 때때로 얼마나 많은 아름답고 소박한 이웃들에게 부담을 안겨주었을까? 한 번 욕심나는 물건이 있으면 그것이 내 것이 될 때까지 눈길을 주고 주변의 관심을 끌며, 그래도 안 되면 마침내 각개전투에 정면 돌파로 기어이, 아니 너무 힘들어서 기꺼이 선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슈퍼 울트라 초특급 찰거머리 작전. 또한 그렇게 해서 가져온 물건들로 『초만원 사절』을 이룬 내 방과 책상들, 그리고 거실과 다용도실에서 집 주변과 주차장, 다시 지하실과 마당에 이르기까지 쌓여있는 잡다한 물건들 때문에 넓은 집에서 좁고 불편하게 살고 있는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사랑하는 가족들의 피해는 또 어떤가. 

 이래서는 안 된다. 더는 안 된다. 나는 내가 그토록 꿈꾸었던 날개를 다시 돋게 하여 날아야 한다. 이 물건들을 다 지닌다면 그 무게에 짓눌리어 결코 날아오를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는 이방의 바바리아 땅 도심 한 가운데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우선 먹기는 달기만 한 곶감’에 맛을 들여 본능을 망각한 나머지, 비대해진 몸무게 때문에 다시는 날 수 없게 되어 스스로 파멸해 가고 있는 저 ‘평화(?)의 비둘기’처럼, 나 또한 그분이 주신 ‘천상의 목소리’로 평화를 노래하면서도 욕심에 눈이 멀어 남의 십자가까지 빼앗아 지고가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고 시들어 가는 한 포기의 잡초가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내는, 그러니까 내 아내 같은 사람에게서 자주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공무원인 남편과 아들 하나를 키우며 그리 넓지 않은 아파트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친구의 아내가 요즘의 나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집안이 물건이 많지 않아 정말 아늑하네요. 편안한 것이 꼭 내 집 같네.” 

“내 삶의 신조는 ‘물건 하나가 들어오면 반드시 하나를 내 놓아야 한다’ 는 거예요. 그래서 10년 동안 외지근무를 하던 남편이 집 근처로 발령이 나서 그 동안 쓰던 짐을 가져왔는데, 버릴 수도 없고 나갈 짐도 당분간은 없어서 베란다에 쌓아 두었어요. 내 놓을 물건이 생길 때 까지는 남편에게 조금 미안해도 어쩔 수 없어요. 서로를 위해서니까 아마 이해할 거예요” 

누가 말했던가? ’삶의 스승은 어디에나 있는데 급히 만나야 할 스승은 바로 곁에 있다’라고.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저작권자 - 또 김정식) 

 이제 언젠가 동대문 평화시장에 있는 기둥에서 보았고, 그 순간 내게는 노래로 다가온 시 한 편을 다시 가슴에 새기면서 이 글을 맺는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도록 해 주십시오.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선택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가진 것 나누어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 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서도 기쁨이 넘쳐날 약속의 삶에 

햇살로 넘치는 축복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가난한 새의 기도」라는 시를 토대로 한 노랫말임) 

*격월간 <공동선>2010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김정식/가수 겸 작곡가로 생활성가의 개척자이며,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그레고리안과 지휘법을 공부하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위한 자선음악회와 환경보전과 인권회복을 위한 사회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와 예술가요 및 연주곡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우리신학연구소>의 연구위원이며, 가톨릭뉴스<지금여기>의 편집위원이다.